SIMF 실내악 시리즈

11월 1일(토) 7:30PM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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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음악제 2025’의 세 번째 공연은 러시아로 향한다. 러시아 음악은 유럽 고전 양식과 낭만 어법을 받아들이면서도 뿌리 깊은 민속적 향취가 뚜렷이 남아있다. 특히 선율과 박자, 리듬에 짙게 배어있는 러시아의 댄스 리듬은 이를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역동적인 한국인들이 러시아의 낭만음악을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목관 음악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오보이스트 한이제와 바수니스트 김민주가 함께하며, 정상급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주세페 안달로로와 한국에서 최고의 러시아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무대에 오른다.

러시아는 18세기에 비로소 본격적인 유럽화가 이루어졌으며, 따라서 19세기 낭만시대가 되어 비로소 문화적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첫 성과는 바로 미하일 글린카였다. 그는 유럽의 고전음악을 익히면서 러시아 민속음악의 선율과 리듬, 그리고 민속적인 소재를 자신의 음악적 자양분으로 삼았다. <칠중주>(1823)는 불과 19세에 작곡된 초기곡이지만, 고전음악에 대한 완벽한 이해로 새로운 음악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여기에 가볍게 춤추는 리듬은 감상자의 마음도 함께 움직이게 한다. 오보에, 바순, 호른, 두 대의 바이올린, 첼로, 더블베이스라는 독특한 편성에서도 재기 넘치는 그의 아이디어가 반영되어 있다.

이러한 선구자의 세대가 지난 후, 표트르 차이콥스키가 러시아 낭만음악의 왕좌에 올랐다. 그는 러시아에서는 서구적이라는 이유로, 서구에서는 러시아적이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지만, 이는 그가 이 둘을 완벽히 결합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악육중주인 <플로렌스의 추억>은 이탈리아 피렌체를 여행하고 돌아와 그때의 즐거웠던 시간을 되새기며 쓴 작품으로, 이탈리아와 러시아의 절묘한 조화를 들려준다. 피렌체에서 들뜨고 상기된 그의 심정과 즐거운 한때를 그리는 중, 후반에 들리는 러시아 선율과 리듬은 혹시 이탈리아의 러시아인, 바로 자신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발걸음 가볍게 춤추듯 거니는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더 이전의 러시아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봄의 제전>은 옛 러시아 설화를 바탕으로 한 발레곡으로, 사람을 죽여 제물로 바치는 인신제사로 마무리되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만큼 원초적이고 야만적인 화음과 리듬으로 가득한데, 문명 이전 원시인들의 춤사위가 음악만으로도 차고 넘치도록 전달된다. 이 곡은 본래 관현악 작품이지만, 이 연주에서는 특별히 안달로로가 두 대의 첼로와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해 편곡한 버전으로 연주하여 더욱 주목할 만하다. 거칠고 야성적인 관현악을 흔치 않은 네 악기의 편성으로 어떻게 들려줄지 매우 기대된다.

글|송주호(음악칼럼니스트)

Program


미하일 글린카: 칠중주 내림마장조

Mikhail Glinka: Septet in E♭ major

오보에 한이제 바순 **김민주** 호른 라덱 바보락 바이올린 **김재원 김서현** 첼로 **이경준** 더블베이스 박정호

Oboe **Yijea Han** Basson Minju Kim Horn **Radek Baborák** Violin Jaewon Kim Seohyun Kim Cello Kyungjun Lee DoubleBass Park Jeongho

오페라 <루슬란과 류드밀라>(1842)로 잘 알려진 미하일 글린카(1804-1857)는 러시아적 음악을 추구했다. 그 탓에 서유럽의 세련된 예술에 매료되었던 당시 러시아인들로부터 외면을 받았지만, 후배들로부터는 러시아 음악의 아버지로 추앙받았다. 오늘 연주되는 <칠중주>(1823)는 19세 때 작곡한 초기 작품으로, 1823년 가을 부모의 시골 별장에서 열린 가정 음악회용으로 작곡되었다. 하지만 글린카는 다른 작곡가들처럼 청년 시절 작품에 큰 가치를 두지 않았다. <칠중주>도 예외는 아니었으며, 자필 원고는 러시아 국가 도서관의 보관소에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그러다 작곡가 서거 100주년을 맞아 작곡가 비사리온 셰발린(Vissarion Shebalin)이 악보를 편집하고 출판하여 뒤늦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 작품은 첫 주제가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1번>을 연상시키고, 베토벤의 <칠중주>와 같은 조성을 사용하는 등 베토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베토벤과 달리 오보에, 바순, 호른, 두 대의 바이올린, 첼로, 더블베이스라는 독특한 편성을 갖고 있다. 이 곡은 19세기 초 러시아에서 작곡된 유일한 칠중주곡일 가능성이 높다.

1악장 ‘느리게 장엄하게-빠르게 적절하게’는 엄숙하고 느린 도입부로 시작한다. 빠른 부분에 진입하면 특징적인 반음계 하행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면서도 춤곡 리듬으로 활력을 불어넣는다. 2악장 악장 ‘차분하게 지나치지 않게’는 러시아 민속 멜로디를 기반으로 한 변주곡이며, 3악장 ‘미뉴에트풍으로’는 현악기의 피치카토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모차르트 풍의 우아한 3박자 춤곡 미뉴에트다. 4악장 ‘론도. 빠르게’는 포크 댄스를 추듯 발을 구르는 듯한 리듬에 매력적인 멜로디로 가득 찬 음악으로 활기차게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