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음악회
11월 6일(목) 7:30PM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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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여섯 개의 공연이 준비된 ‘서울국제음악제 2025’의 마지막은 SIMF 오케스트라가 맡는다. 지휘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지휘자 키릴 카라비츠로, 그는 본머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15년간이나 이끌었으며, 2024년에 이 오케스트라의 계관지휘자로 임명되었다. 또한 세계의 유수한 관현악단을 객원지휘하며 큰 명성을 얻고 있다.
이번 연주회는 한일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아 20세기의 전설적인 거장 타케미츠 토오루(武満徹 Tōru Takemitsu)의 비올라 협주곡 <가을의 현>을 비올리스트 박하양의 협연으로 시작한다. 타케미츠는 계절을 제목으로 하는 곡을 여럿 작곡했지만 유독 가을을 소재로 하는 음악이 많다. 공간에 소리를 울리는 그의 음악은 가을의 정서를 느끼게 한다. 실연으로 들을 기회가 많지 않기에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이어서 송지원과 OOO가 함께하는 막스 브루흐의 <이중협주곡>이 연주된다. 이 곡은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협연자로 나서는 독특한 작품이다. 모양과 연주법이 매우 비슷하지만 두 악기의 미묘한 음색의 차이가 만드는 조화와 대립은 새로운 묘미를 느끼게 한다.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조합이 두 대의 바이올린 혹은 바이올린과 첼로로 들려줄 수 없는 대체불가 조합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중협주곡>에서도 유명한 <바이올린 협주곡 1번>으로 기억되는 브루흐의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아름다움을 들려준다. 역시 실연으로 들을 기회가 거의 없는 이 곡을 듣기 위해 이 공연에 참석할 이유는 충분하다. 새로운 보석을 발견했다는 기쁨은 덤으로 누리는 선물이다.
대미를 장식할 후반부의 음악은 ‘춤’이라는 이번 음악제의 의미에 맞게 관현악을 위한 거대한 춤곡,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이 기다린다. 이 작품은 짙은 러시아의 향취뿐만 아니라 낭만적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대하드라마가 펼쳐지는 대작이다. 아름다운 멜로디에는 서정적인 서사가 깃들어있고, 힘찬 댄스 리듬에는 극적인 전개가 펼쳐진다. 특히 이 곡은 라흐마니노프의 마지막 작품이기에, 러시아 귀족 출신으로서 망명 생활을 해야 했던 그의 화려하면서도 비극적인 삶과 오버랩된다. 이뿐 아니라 연주회에서 이 곡을 듣고 있을 여러분의 삶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이 곡의 리듬에 여러분의 마음이 춤을 출 것이기에! 이렇게 ‘서울국제음악제 2025’는 춤을 통해 삶의 힘을 북돋우며, 또 다음 해를 기약한다.
글|송주호(음악칼럼니스트)
Program
Tōru Takemitsu: Viola Concerto ‘A String around Autumn’ (Korean Premier)
비올라 박하양 지휘 키릴 카라비츠 SIMF오케스트라
Viola Hayang Park Conductor Kirill Karabits SIMF Orchestra
타케미츠 토오루(1930-1996)의 음악에는 드뷔시와 그가 ‘정신적 스승’이라고 불렀던 메시앙에 대한 그의 깊은 사랑이 스며 있다. 그리고 일본 전통악기를 사용하기도 하고 전통음계를 도입하면서 범조성의 지경으로 나아가 그만의 음악 세계를 형성했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범조성적 경향을 ‘조성의 바다’라고 불렀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바다 혹은 물이 움직이는 듯한 아르페지오의 화성적 흐름으로 온 음악 공간을 휘감는다. 그리고 소리의 파도가 만드는 은은한 유동은 그만의 서정적 표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