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일(일) 5PM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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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음악제 2025’가 준비한 네 번째 공연은 현악 오케스트라로 펼치는 사랑의 춤, ‘왈츠’가 연주된다. 왈츠는 남녀가 3박자에 맞춰 돌면서 무대 전체를 둥글게 이동한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원무곡’(圓舞曲)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 춤은 유럽 어디서나 즐겼던 춤이지만 특히 빈이 그 중심에 있었으며,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있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의 대표작인 ‘봄의 소리’로 빈 왈츠의 정수를 들려준다. 그리고 특징적인 왈츠 악장을 포함하고 있는 드보르자크와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로 이어진다. 남녀가 왈츠를 추며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먼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로 시작한다. 시기적으로는 점차 피부로 스며오는 추위와 노랗게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위축되는 늦가을의 길목이지만, 오히려 이러한 시기에 삶이 위축되지 않기 위한 활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봄의 노래는 분명 그러한 신선한 자극이 될 것 같다. 2023 한중국제성악콩쿠르 대상을 수상한 소프라노 신주연의 음성이라면 여러분의 마음만은 가을에서 겨울이 아닌 봄으로 바뀌리라 믿는다.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는 섬세한 표현과 감각적인 리듬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만큼 이 곡만큼 사랑의 애틋함과 달콤함이 전달되는 세레나데는 찾기 어렵지 않을까? 그리고 사랑스러운 왈츠 악장은 남모를 사연을 품은 듯하다. 일곱 파트로 확장하여 더욱 섬세하고 풍부한 현악의 향연은 생각할수록 더욱 기다려진다.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는 그의 작품 중에서도 러시아적인 향취를 많이 품고 있는 곡에 속한다. 러시아의 드넓은 눈밭을 내달리는 듯한 역동적인 리듬은 세레나데에 어울려 보이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엘레지 악장은 다른 세계에서 온 듯 홀로 청초하다. 차이콥스키는 이 악장을 작곡할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것이 무엇이든 이 곡으로부터 사랑의 마음을 가득 품을 수 있기를, 그리고 이 곡을 함께 듣는 사람에게 그 마음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SIMF 오케스트라의 현악 연주자들이 합세하여 강한 응집력과 높은 밀도의 음향을 들려줄 것이다. 에너제틱하고 파워풀한 현악 앙상블이 들려줄 공간을 채우고 마음을 울리는 음향에 큰 감동이 예약되어 있다.
글|송주호(음악칼럼니스트)
Program
Johann Strauss II: Voice of Spring Waltz, Op. 410
소프라노 신주연 SIMF현악오케스트라
Soprano Juyeon Shin SIMF Strings Orchestra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1825-1899)는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황제 왈츠> 등 500곡이 넘는 춤곡과 <박쥐>를 비롯한 여러 오페레타와 오페라를 작곡했다. 그의 아버지인 요한 슈트라우스 1세는 ‘왈츠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거장이었지만 아들이 음악가가 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아버지 몰래 어머니의 후원을 받으며 음악을 공부했고, 타고난 끼를 가진 아들은 19세부터 자신의 악단을 조직해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그 악단을 흡수했으며, 19세기 후반에는 최고의 악단으로서 큰 인기를 누리며 유럽과 미국을 누볐다. 반면에 그의 작품은 생전에 가볍고 진지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음악적으로 외면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1939년 빈 필하모닉의 지휘자였던 클레멘스 크라우스가 12월 31일 송년음악회 프로그램으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작품으로 꾸민 이후 오늘날까지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가 그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그의 음악은 오늘날 오스트리아 빈을 대표하는 음악이 되었다. “내게 재능이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 재능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사랑하는 고향 빈 덕분이다.”
왈츠 <봄의 소리>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가장 유명한 왈츠 중 하나이자, ‘왈츠의 왕’이라는 별칭에 어울리는 걸작 중 하나다. 1883년 ‘프란츠 요제프 황제 복지재단’의 자선 마티네 음악회를 위해 작곡되었기에, 춤을 추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연주회용 작품에 가깝다. 초연 즉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관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새소리를 닮은 플루트 선율 등 생동하는 자연을 연상시키는 이미지와 함께 낙천적이고 희망적인 분위기가 봄의 정취를 전한다. 기쁨이 가득한 선율이 처음과 끝에 등장하며, 이에 대비되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악상이 중간 부분에 자리한다. 요즘에는 관현악 연주회에서 자주 연주되고 있지만, 초연에서는 당대 최고의 오페라 가수였던 소프라노 베르타 슈바르츠가 노래를 불렀다. 오늘 무대에서는 서울국제음악제가 위촉하여 작곡가 박준혁이 현악 앙상블과 소프라노를 위한 버전으로 편곡한 작품을 연주한다.